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기록1

11.11.28



........


얽매이다


앞서 고백하건대 나는 아마 무엇 때문인지 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

하지만 내겐 '그것들'을 명확히 파악하고자 함은 매우 어렵고도 두려운 일이었기에

스스로에게 그것들에대한 더 이상의 깊이와 디테일을 요구 할 자신이 없었다

본심이야 어떻든 - 현재 그것들은 나를 힘들게 만드는 것들이었으므로

나는 되도록이면 그것들을 떨치고 싶었고 그에따라 '나름'의 노력을 기울였었다


하지만 이런 나의 각고한 노력은

마치 스스로가 저 이기를 거부하는듯 

알맹이 없는 빈 껍데기가 되어가는것 같은 처사에 불과 했고

저 스스로를 위한다는 명목하에 시작된 이 행위는 

오히려 저 스스로를 지워나가는 느낌의 모순으로 

모든걸 기다리지 못하는 철없는 마음이 낳은 인위적 부자연스러움으로 내게 또 다른 아픔이되었다


결과적으로 난 실패했다


그만큼 잔인하지 못했던걸까

아니면

여태껏 남아있는것들은 차마 내려놓을 수 없는 그런 부류의 것 들 뿐 이었기때문일까

결국 나는 차마 버리지못한 / 아니 버릴수 없었던 그것들을 

차곡 차곡 쌓아 정리하곤 내 마음속 깊은 곳 적막한 어딘가 던져 두고선 -  

그제서야 

"그래........"

한 시름 놓을 수 있었다


몸과 마음 건강히 다녀오련다
하지만
어느 것에도 얽매이기 싫다
어느 것에도 물들기 싫다


나는 나의 직관과 판단을 믿는다

"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
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"
정호승의 '수선화에게'中 

_(11.11.28 입대를 10시간 앞두고)



쓰라린 추억은 담뱃불 지져 끄듯
가슴한켠 지지며 연기처럼 피어나고
그 지독한 연기가 텅 빈 가슴을 채울 때면
열병 방불케하는 뜨거운 피가 온몸을 역류한다

깨진 바위 틈 사이로 서늘한 바람 불어
몸서리치도록 아픈 그대여
나와 함께 볼에 스치는 바람에서 삶을 느끼며 걸어가자

나는 앞으로 더욱 아프고 더욱 고독하고 더욱 사랑하리라